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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73회] 다보탑을 줍다

기사승인 2020.07.06  00: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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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을 줍다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제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 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는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치고 지나가는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만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교정토 되는가

정신 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저자 유안진 시 [다보탑을 줍다] 전문-

유안진 선생님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젊었을 때 어느 문학 강의실에서 뵈었다. 조금은 수즙은 듯 말씀 중에 소녀처럼 가끔 얼굴을 붉히셨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고 착각인지 모르지만 빽빽이 들어찬 사람 중에 나와 여러 번 눈을 맞추셨다. 꼭 내 가슴속 설움과 아픔을 읽어내신 것만 같았다.

그 후로 여러 문학지에서 선생님 글을 대하면 위안을 받았다. 위의 ‘다보탑을 줍다’ 시를 읽었고 여러 번 되풀이 낭독했다. 울림이 컸다. 단 한 줄의 글을 읽고 인생이 바뀐 사람도 많다. 예술가들은 해안이 있다. 특히 시는 영감에 의지해 신들린 것처럼 단번에 쓰는 수도 있다. 누구는 시마가 온다고도 말을 한다. 그런데 아무에게나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오는 게 아니다. 빙의? 아니다. 순간에 아무 조짐 없이 갑자기가 아니다.

선생님은 10원 구리동전을 주우시는 순간 센 시마가 들이닥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감동을 주는 시라는 말씀이다. 줍고 싶은 반짝이는 새 동전이었을까! 그 동전은 별이 될 만큼 반짝거렸을 것 같다. 어른이 조고만 10원 동전을 줍는 그림! 작은 동전에서 석존과 다보탑을 보시고 스스로 쓸모없는? 당신의 인생살이를 뒤돌아보신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영판 다르게 상반된 의미로 다가 왔다.

시인이 살아온 인생의 로드길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다름이다. 강력한 시마를 맞이하려면 얼마나 외롭고 많은 피눈물을 흘리며 고뇌하여야 하나! 시는 고뇌의 덩어리라고 말들 한다. 시가 종교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선생님 시는 읽는 이에게 늘 흠모로 다가온다. 그리고 ‘2002년 아시아 시인회의’를 함께한 11일 일정은 선생님의 향기를 가까이서 흠뻑 채울 수 있었다. 그 후 쭉 긴 끈이 연결된 느낌으로 20년이 흐른 지금 이 글을 올린다. 몇 십 년 절친 친구도 루머를 전염병처럼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좋은 글은 읽는 이에게 감동으로 연결된 변치 않는 인연이 된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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