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을 헹구며
을미도 해변 가에
돌밭을 더듬다가
낙지가 물고 있어
질려 있는 돌을 본다
심장이
뛰고 있는 소리
견뎌온 돌의 시간
-저자 김민정 단시조 [이력을 헹구며] 전문-
몽돌을 위한 명상
널 보며 생각한다 세월이 둥글다는 걸
널 보며 생각한다 세상이 둥글다는 걸
생명을 키우는 힘은 둥E에 있다는 걸
Meditation For Pebbles
Seeing You, I just think the passing time is really round.
Seeing You, I just think the whole world is really round.
The power that cultivates life really exists in the roundness.
저자 김민정, 번역 우형숙
옛날엔 책 한 권 살려면 몇 달을 별러야 손에 넣었다. 교과서외에는 읽을거리가 귀했다. 요즘처럼 책을 마구 나누는 시대가 아니었다.
김민정 시인님을 직접 대면 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2013년에 출간한 책 [바다열차]를 책꽂이에서 발견하고 반갑고 놀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바람이 단단히 들었다. 겉멋이 들었다.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 시절엔 단행본보다는 주로 전집류였다. 1년 수업료에서 조금씩 떼어 통 크게 전집을 샀다. 니이체, 임어당, 고리끼, 괴테, 헤르만 헤세, 푸시킨, 톨스토이 등 교과서에 등장하는 문호들의 작품으로 엮은 책이다, 그 중에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만연체 문장으로 책장이 넘어가지지 않았다.
그때 생각하면 신선한 청년시절을 허송으로 보낸 게 후회되고 늙어가며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그 때는 수업료를 3개월 기간으로 냈었다. 아버지가 수업료를 두루마기 속 조끼 안쪽에 넣고 버스를 세 시간 타고 K시에서 시내버스를 갈아탔다. 그런데 시내버스에서 소매치기단(쓰리꾼)을 만났다. 아버지는 한 손으로 돈뭉치를 움켜쥐고 계셨다고 한다. 자취방에서 아버지와 나는 정확히 반 토막으로 잘린 푸른 지전들을 일일이 잇대어 붙였다. 지금도 아버지를 생각하며 위대한 이 땅의 모든 아버지에게 존경을 표한다.
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