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술은 새 부대에 제대로 숙성
▲ (삽화=임중우) |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12월 31일.
오늘이 2020년 마지막 날이다. 경자년의 대단원에 막을 내릴 시각이다. 아쉬움도 없다. 미련도 없다. 차라리 불태워버리고 없었던 시간이고 싶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다. 허나 잘 견디어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우여곡절 속에서 그 끄트머리 와 있다. 이제 우리는 ‘백신’이라는 새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새날을 맞이할 것이다.
아듀! 2020년의 마지막 날 일 년의 삶을 정리하는 것이 아닌 그 동안의 삶을 돌이켜보자. 가족과 친구, 선후배와 이웃과의 관계 속에, 한 해 동안 얼마를 썼으며 얼마를 벌었는지…빚만 남은 인생이었는지 확인해보자.
유언장도 새로 작성하자. 한 해, 한 해 쌓여가는 매년의 유언장 변화에서 내 삶이 움직이고 있음을 느껴보자. 내 건강의 돌봄은 어느 정도인지, 미래를 위한 투자지표는 얼마만큼 와 있는지. 지나간 시간이 남긴 발자취를 제대로 살펴봐야 미래가 보일 터이니 정리해보자.
나를 온전히 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삶의 갈증과 애증, 모두 불태워 버리자.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도 화장하면서 고단했던 지난 한 해도 함께 날려버리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대로 숙성되지 않는가. 새날을 위한 준비로 과감하게 털어버리자.
자! 와인 한 잔 들고 텔레비전 앞으로 가자. 1시간짜리 ‘벽난로 영상’ 앞에서 자작나무 타는 소리를 들으며 ‘불멍’(불꽃을 보며 멍 때리기)해보자. 따뜻한 방 안에서 때리는 불멍이 아니다 싶으면 밖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자. 나무가 우거진 바위에 걸터앉아 혹한의 바람에 한 해의 힘든 것 다 날려버리는 ‘바람멍’을 하자.
그러나….
이 모든 버리기와 멍 때리기는 지난 일 년의 포기가 아니다. 심산유곡의 샘물도랑에 사는 가제가 허물을 한 겹, 한 겹 벗어 버릴 때마다 쑥쑥 성장하듯 우리네 삶을 가치를 높이자는 진실의 요청이다.
오늘,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다.
아직 미련과 후회로 버리지 못했다면, 멍 때림도 못 했다면 지금 하자. 용기를 내어.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