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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박원명화 제2회] 나를 사랑하자

기사승인 2021.01.06  00: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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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끌만한 것일지라도 삶의 용기와 희망 향한 도전을

[골프타임즈=박원명화 수필가] 첫눈이라고 겨우 한두 번 내리더니 바람은 여전히 매섭습니다. 삼한사온을 망각한 것인지 추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는 걸 보면 이 또한 지구의 이상기온에서 빚어진 기현상이지 싶습니다. 묵은 달력 한 장을 떼어낸 자리에 또 다시 새해 새 달력을 걸어 놓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보다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야 한다는 게 왠지 무거운 짐 같아 심란해집니다.

어릴 적 막내라 자란 탓에 집안에서 나는 늘 꼬두람이 취급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밖에 나가면 어떻게든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많은 것처럼 의젓해 보이려고 나름 애썼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철없는 객기였는지도 모릅니다. 화려하고 근사한 포장을 입힌다 하여 상자 안의 물건이 고급화 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도 언행만 보면 분위기만으로도 그 사람의 살아온 뒷모습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천방지축 어리광이 줄줄 흐르는 내 모습에서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일리가 만무했을 것입니다. ‘귀엽다, 깜찍하다, 앙증맞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어른스럽다, 의젓하다, 차분하다’라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는 듯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것일까요.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는다는 게 두렵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른 노릇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나이가 익어가는 만큼 인격도 성숙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어른들을 보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물론 나부터도 가정의 주부로, 아내로, 어머니로 역할 수행을 제대로 못해서인지 가끔은 딸아이부터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당찬 항변을 듣곤 합니다.

‘너도 늙어봐라’고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새록새록 삶의 진리처럼 느껴집니다. 젊을 적에는 세월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게 야속하더니 지금은 언덕위에서 굴러 내리 듯 정신없이 사라져 가는 게 왜 그리도 아까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내 삶의 흔적들이 소리 없이 흘러갑니다. 어떤 것은 의미도 없이 스치듯 지나가 버리고, 어떤 것은 눈길의 발자국처럼 녹아 사라져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질없는 걸 탓하며 못다 이룬 꿈에 연연하지 않으려 합니다. 티끌만한 것일지라도 삶의 용기와 희망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작정입니다. 내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것도 내 열정의 산물인 것처럼 내가 사랑할 대상도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수필가 박원명화
2002년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이며 제9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ㆍ연암기행수필문학상ㆍ제39회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의 색깔, 길 없는 길 위에 서다, 풍경’ 외 수필집 다수.

박원명화 수필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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