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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스님 소리의 향기 제6회] 꽃 피워놓고 남을 기쁘게 하는 마음

기사승인 2021.03.21  00: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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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정과 노력 없는 목적 달성 안 돼

[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산기슭의 낮게 깔린 나뭇잎 사이로 재잘거리는 새싹들이 가슴을 열며 봄을 맞고 있습니다. 포근한 바람을 안고 피어난 꽃들의 속삭임에 귀기우리며 드러내지도 자랑하지도 않으며 환희를 전달하는 꽃망울에 반갑게 미소를 보냅니다.

“꽃을 보고 기뻐하는 것보다도 꽃을 피워놓고 남을 기쁘게 하는 마음, 이것이 곧 자비의 마음씨다” 청담스님의 시 ‘자비’의 구절이 스쳐갑니다. 대부분 꽃을 보며 아름다움만 느낄 뿐 꽃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흙과 햇볕, 비와 바람, 그리고 꽃을 가꾼 사람의 정성까지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앞의 결과에만 감탄하고 실망하며 완성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불교경전 ‘백유경’에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옛날에 어리석은 한 부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이웃마을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삼층 누각을 구경하게 되었지요. 삼층에 올라가보니 앞이 탁 트여 경관이 더 없이 좋고 시원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래서 ‘난 이 친구보다 재산도 훨씬 많은데 왜 이런 누각 지을 생각을 못했지?’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목수를 불렀습니다.

“여보시오! 여기에다 3층짜리 누각을 지어주시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지어야합니다.” 목수는 인부들을 불러 일을 시작했습니다. 며칠 뒤에 부자가 와서 보니 일꾼들이 땅을 평평하게 고르며 벽돌을 쌓고 있기에 목수에게 물었지요.

“지금 몇 층 누각을 지으려 하는가?”
“그야 물론 삼층 누각이지요. 지금 일층을 쌓고 있으니 멀지 않아 삼층이 완성될 겁니다.”
“이 사람아, 나는 일층과 이층은 필요 없다네. 그러니 삼층만 얼른 지어주게나!”
결과에만 급급한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부처님이 들려주신 우화입니다.

일층과 이층 없는 삼층은 지을 수 없지요.
흔히 목적 달성을 위해 꾸준한 노력 없이 목적만 달성하려는 사람들은, 누각의 삼층만 지으려는 부자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삶도 꽃을 가꾸듯이 햇볕과 비와 거름을 염두에 두면서 폭풍우와 찬 서리를 이기며 한 발, 한 발 나가야 아름다운 인생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시인 해성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

해성 스님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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