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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50회] 그 여자의 방

기사승인 2021.09.06  13: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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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소꿉친구 그리고 안부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어느 가을 날 늦은 저녁 무렵에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났다.
한 동네에 살면서 내 집 드나들 듯 들락 거렸던 그 친구의 집이 선명히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살던 동네는 지금 아파트 단지가 되어 버렸고 초등학교는 입구만 겨우 보이는 골목처럼 변했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그녀도 나처럼 눈에 선하다고 하며 한참을 옛날이야기에 몰두 했는데, 그런 얘기 다음에는 꼭 남편과 아이들 얘기를 하게 되는 것이 여자들 수다의 순서인가 보다.

결혼 후 딸만 둘 낳았다는 그녀는 큰 딸아이 초등학생 때 남편이 갑자기 심장 마비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 날 밤 이야기를 하며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어이없고 황당한 마음이 지금도 똑같다고 하는 그녀의 기구한 삶을 들으며 마음껏 반가움을 내비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시집 쪽에서 이이들 하고 먹고 살라며 가게를 하나 얻어주어 지금까지 살아 왔다고.
그 말을 하던 당시에도 10년 정도 된 일이라고 하니 거의 10년 가까이 혼자 살아왔던 것이다.

그 후에 한 번 그녀가 운영하는 점포에 갔다 온 일 말고는 각자 살기에 바쁜 세월을 보냈다.
“얘 옥선이가 너 보고 싶다고 한 번 같이 보자고 하드라”

몇 년이 지난 후에 다른 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에 그녀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주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그 중에 친하게 지내며 자주 만나는 친구들 몇몇은 더욱더 그렇다.

분홍색 커튼이 쳐져 있던 그 친구의 아기자기한 방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는 밤이다.

아직도 혼자인 그녀....잘 버티고 잘 살아오고 잘 늙어가는 그 친구에게 오래간만에 안부를 물어 보고 싶은 초가을.
곧 붉게 물든 낙엽의 색들이 친구들의 마음처럼 물들겠지...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 주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안부에 부재를 남기는 가을은 되지 말 것.

계절의 가슴은 다시 노을처럼 물들어 가고
엉겅퀴 피는 길 위에서 슬픔을 위해 희망의 나비가 되는 너를 본다....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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