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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42회] 못 알아 듣는 우리말 세계

기사승인 2021.07.05  07: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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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임말 단어의 ‘깜깜’한 늪의 유희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여름이 한창이다.
비오는 날이면 더 짙어진 초록 나무들과 산은 마치 정글 숲처럼 보인다. 그래. 여름은 자연의 청년으로 가장 건강한 젊음의 계절이 아닌가. 그 멋과 맛을 만끽하는 애완견과의 산책은 저절로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진다.

어느 날 친구에게 온 문자를 확인하고 답을 보내려다 멈칫했다. “너 프사 이쁘더라” “프사가 뭔데?” “야! 너는 글 쓰는 애가 것두 모르냥?”

갈수록 말과 단어들이 표준어에서 한참씩 멀어지면서 나의 퀘스천도 늘어났다. 나이 먹은 아줌마들도 이러는데 젊은 세대는 오죽할까. 텔레비전 등 줄임말의 방송이나 개그는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말뜻을 못 알아들으면 친구들 사이에서도 대화가 안 된다는 아이들 말이 이해된다. 스마트 폰의 카카오톡이나 메신저의 줄임말은 외계인 언어 같다. 장난이나 재미 삼아 조금씩 하는 것은 괜찮지만, 상대가 이해 못해 불쾌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줄임말이나 은어, 비속어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한 방식이다. 이런 말들이 만연되면 전반적인 어휘 사용 능력이나 문장력이 떨어지고 우리말이 훼손됨은 자명하다. 언어는 습관이므로 사용하지 않는 말은 퇴화할 수밖에 없다. 또 줄임말이나 은어는 10대나 20대의 젊은 층에서 유행하므로 세대 간의 소통 단절을 불러올 수 있다.

필자부터 단절을 경험했다. 줄임말을 몇 개 정리해 보았다.

버정=버스 정거장,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영통=영상통화, 마상=마음의 상처, 프사=프로필 사진, 취존=취향 존중, 팩폭=팩트로 폭격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 옥희=오케이, 존버=X나게 버틴다. 듣보잡=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핵인싸=사람들과 엄청 잘 어울리는.

온통 못 알아듣는 말이다. 우리 말 사랑의 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심각한 상황이다.

허물어지고 엇갈리는 것이 어디 철길뿐이랴. 어디 막다른 골목 뿐이랴
우리의 시간도 엇갈리고 허물어져 갈 곳 모를 때 있는 것을…박소향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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