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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54회] 아름다운 밥상

기사승인 2021.10.07  09: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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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남도 사랑과 칭찬 속에 피어난다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새 아가, 밥 먹자.”

결혼하여 첫 시댁나들이. 사랑하는 신랑의 어머니와 그 가족들과 함께 하는 밥상에서의 일이다. 산해진미가 가득한 밥상에 어머님의 젓가락이 반찬그릇에 꽂혀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멈추고 살펴보니, 어머님의 식사법이 숟가락으로 진지를 드시고 나면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입에 넣고 난 후, 그 젓가락을 반찬접시에 꽂아놓는 이색풍경이 보였다. 가족들을 살펴보니 시누이도 그리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입 속에 들어갔다 나온 젓가락을 다른 반찬 그릇에 찔러놓으면 입 안에 있던 침이 묻었을 텐데, 그 반찬을 먹을 수가 없다. 도저히 같이 먹을 수 없어 밥만 먹고, 떡으로 대신한 시댁에서의 첫 식사였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식습관을 타인의 시선에 잡힌 것이다.

따로 앞 접시를 준비하여 덜어 다 드시라 해도 번거롭다 하고, 수저받침을 받쳐놓아도 무시한 채 예전 습관이 편안하고 괜찮은 데 유별나다 하니 할 말이 없다. 아들이 얘기하고 손자가 컸다고 할머니 그러지 마시라 해도 마이동풍이다.

그런가 하면 연장자가 드시기도 전에 “아! 내가 좋아하는 거네.” 하며 넙죽 젓가락을 들어 먹는다. 일행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젓가락질은 계속되고, 무안한 어른이 서둘러 저분을 들며 “어여 먹자고.” 하니 참 딱한 노릇이다. 유치원 예절 교육에도 나오건만 어찌 기본도 안 된 건지 묻고 싶다. 결혼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무례함이 생각나 거절하게 된다.

각양각색의 모습이지만 함께 하는 식사시간에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쩝쩝 소리를 내고, 소리 내 트림을 하고, 면 치기도 아닌데 국물 마실 때마다 후루룩거리고, 젓가락으로 제사상도 아니건만 밥상을 탁탁 치는 사람과의 식사시간은 피하고 싶다.

함께 하는 밥상엔 어지간하면 맛나다고 칭송한다. 그 노랫소리에 함께 먹는 음식이 달콤해진다. 시간 들여 준비한 반찬에는 농부의 땀과 밥상까지 오는 과정을 생각한다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식사예절은 어릴 때부터 어른과 함께 배워 익혀야 하는 기본예절이다. 먹고 살기 바쁘다고, 아니면 내 자식 귀하다고 함부로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귀할수록 제대로 키워야 하고, 어른이 바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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