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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73회] 소비생활

기사승인 2022.03.03  09: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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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득함보다 비어있는 여유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곧 매진됩니다. 5분 남았습니다.’ 마음이 급하다. 홈쇼핑 호스트는 곧 매진된다고 서두르란다.

‘그래, 사놓고 보자’며 급히 핸드폰 챙겨 들고 버튼을 누른다. 1분여도 안 걸려서 결재까지 마친다. 물건 사는 것도 하나에 하나를 더 주고 사은품도 주고 덤으로 따라오는 물품이 많다. 하긴 보험 하나 들어도, 상조 회 설명만 들어도 상품을 준다. 부지런하면(?) 살림장만에 보탬이 된다고 TV앞을 떠나지 못한다.

그뿐인가? 거리로 나서면 온갖 물품들이 진열되어 눈을 현혹한다. 볼거리, 먹거리가 천지다. 할인행사 한다고 써 붙이고 경품행사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곳곳에서 축제를 열어 먹고 마시고 즐긴다. 특산품을 사 들고 돌아온다.

불과 4 ~ 50년전에 불량식품 앞에서 망설이던 시절이 있었다. 길거리 좌판에서 팔던 달고나며 떡볶이 분식에 목을 쑥 빼고 침을 꿀꺽 였다. 물자도 부족하고 경제도 어려워 박하알사탕 하나 사 먹기도 어려웠다. 운동화도 없어 하얀 고무신, 검정고무신이었는데, 이젠 한정판 운동화에 투자를 한단다.

물자는 넘쳐나고 물건 귀한 줄을 모르니 쓰레기가 쌓인다. 산이며 바다며 물 속까지 폐 쓰레기가 쌓여간다. 재활용품은 산을 이루고 우린 또 난지도 하늘공원을 만들고 있다. 그 쓰레기가 자원이 되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썩어가는 건 빠르고 되돌리기엔 더디다.

물건에 생명을 입힌다면 그토록 쉽게 사고 버리진 않을 텐데, 오늘 내가 사는 물건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TV프로에서 만났다. 양복 입은 교감선생님이 퇴근길에 길거리 쓰레기봉투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 있다. 재활용품이었다. 버려진 플라스틱부터 온갖 소품들을 과학교재로 재활용하여 생활 속에서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심어주는 선생님을 만났다. 참 교육의 현장인 셈이다.

물건 하나 사기로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꼭 필요한지 돌아보는 지혜가 절실하다. 사기도 잘 사야 하지만 버리기도 잘 버리고 다시 재활용하는 지혜가 또한 필요하다. 자손에게 물려줄 이 땅이 오염 되기보다는 더 맑은 공기와 환경을 남겨야 할 의무가 있다.

쌓여가는 물건을 빼고 난 자리가 여백으로 마음을 정화한다. 가득함보다 비어있는 여유를 즐겨보자. 나무숲에도 바람 들 자리가 있어야 살아남는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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