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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골프멘탈] 골프 선수를 대하는 어른들의 모순된 태도

기사승인 2022.07.16  00: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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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하는 연습과 자발적인 연습, 성공을 위한 골프 선수의 길

▲ 2019년 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기록한 함정우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긍정적 마인드와 함께 자신감 넘치는 경기력을 보이며 골프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자료사진=KPGA 제공)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멘탈 코칭을 받는 선수의 부모로부터 종종 이런 전화를 받는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 말씀을 듣고 연습을 너무 안 하는 것 같은데, 아이가 연습을 좀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연습량이 적은 것 같다고 생각한 부모는 선수가 이래도 되나 걱정부터 앞선다. 게다가 시합 성적까지 좋지 않다면 ‘연습을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보다 못한 부모는 그제야 전화를 한다. 마음속에선 ‘선수가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하지 않느냐’며 말하고 싶지만, 코치인 나보고 선수한테 ‘열심히 좀 하라’고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나는 선수에게든 부모에게든 자발적인 연습 태도를 강조한다. 이런 내 말에 부모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부모는 한술 더 떠서 스스로 알아서 하지 못하는 선수의 태도를 나무란다. 부모는 자발적인 연습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점을 어렴풋이 짐작한다. 그래서 부모는 선수에게 ‘스스로 좀 알아서 열심히 하라’고 자발적인 태도를 강요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자발적인 태도를 강요하는 것, 세상에 이런 모순이 어딨나. 결국 ‘열심히 하라’는 명령조의 지시 아닌가. ‘스스로 좀 알아서 열심히 하라’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이제는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지겨우니까 내 입에서 잔소리 나오기 전에 알아서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수동적인 태도를 자동화하라는 이야기다. 부모는 더 확고한 수동적 태도를 만드는 중이다. 부모는 이 점을 까마득히 모른다.

자발적인 연습 태도는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매우 중요한 멘탈적인 요소이다. 자발적인 태도는 일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런 태도일 때 일의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집중도 역시 높아진다. 당연히 좋은 성과가 나오기 쉽다.

자발적 태도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심리적 요소는 인내와 회복력이다. 인내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자신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정진하는 마음이고, 회복력은 실패나 고난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심리상태로 빨리 회복하는 멘탈적인 능력을 말한다. 이처럼 자발적인 태도에는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보통의 부모들이 생각하기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좋은 점들이 있기에, 선수의 자발적인 태도를 부정하는 부모는 없다.

그렇다면 어른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그러한 선수의 자발적인 태도를 어떻게 만드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선수의 내적동기에서 찾아야 한다. 즉 선수에게 골프는 재미있는 일이 되어야 하며, 자아실현을 위한 장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면의 동기가 서로 결합될 때 선수는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태도를 보인다. 사실 그러한 태도는 단순히 연습량을 위한 ‘열심히’가 아니다. 재미있어서 자꾸만 하고 싶은 것뿐이고 그것을 통해 꿈을 가지는 것뿐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자꾸만 연습을 강요한다. 심지어는 감시하듯 선수를 지켜보며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들의 태도를 지적한다. 이때 선수는 부모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골프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며 방황한다. 선수는 불안증에 골프에 겁을 먹기도 하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급기야 골프를 포기하고 싶어진다.

나는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자발적인 태도가 그토록 중요해서, 선수의 자발적인 태도를 그토록 바래서, 과연 선수에게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가? 스스로 줬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게으른 연습 태도를 이내 참지 못했다면 그것은 기회를 준 것이 아니고, 그저 선수를 테스트한 것뿐이다. 기회를 줄 때는 어떠한 형태로도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된다. 단 한 마디의 강요와 명령이 있는 순간, 선수의 자발성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부모가 진정으로 선수의 자발적인 태도를 원한다면, 연습을 게을리하는 선수 모습이 못마땅해도 할 수 없다. 돈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도 어쩔 수 없다. 다른 선수들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부러워도 할 수 없다. 부모의 역할은 선수에게 배울 기회를 주고,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골프에 내적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부모의 ‘마음 비움’일는지도 모른다. 나머지는 선수의 몫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선수가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보자면, 첫째 골프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경우(잘못된 방식의 골프), 둘째 자신의 결정으로 골프를 시작하지 않은 경우(부모의 욕심), 셋째 적성에 맞지 않은 경우이다.

멘탈 코치인 나는 첫 번째 ‘골프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경우’에 특히 주목한다. 왜냐하면 선수가 골프에 흥미를 느낄 수만 있다면, 골프를 하고 싶지 않은 다른 오만가지 이유가 있었더라도 다시금 골프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심리학에서 인간 행동의 근원으로서 설명하는 ‘동기’라는 요소는 흥미와 자아실현이라는 목표가 있을 때 가장 강하게 작용한다.

골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골프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자신의 감각을 충분히 활용한 골프가 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감각을 이용한다는 의미는 본능적, 반응적, 무의식적인 골프를 한다는 것이고, 타깃에 집중하는 골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자신을 믿고, 현재에 집중하며, 단순한 골프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선수는 도전에 의한 성취감을 가질 수 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창의적인 활동에 의한 유능감을 지각할 수 있으며, 불확실성에 의한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웃고 떠드는 ‘저차원의 즐김’이 아닌 내적동기를 충족시키는 ‘고차원의 즐김’이다. 이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선수의 자발적 연습 태도를 만드는 핵심 재료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이와 같은 자발적 동기로써 큰 업적을 이루었다. 과연 최고의 선수들이 타인의 눈치를 보는 연습, 의무적인 연습, 하고 싶지 않은 연습을 통해 그 업적을 이루었을까. 무작정 연습만 많이 하는 것이 정답이었다면 연습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은 모두 성공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멘탈 코치인 나를 찾아오는 선수들은 많은 연습량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상처받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들에게 ‘하고 싶지 않은 연습은 안 하는 것’으로부터 자발적 동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선수의 자발적 태도를 보기 위해서는 일단 내버려 두고 기다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후 멘탈 코치인 나는 선수가 ‘고차원적인 즐김’을 깨닫도록 안내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것을 깨닫는 순간 선수는 신세계를 경험한다.

연습을 열심히 했어도, 이 방법 저 방법을 써봐도, 골프가 거꾸로 가는 경험을 한 부모들은 내 말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선수 경험이 짧거나 혹은 여전히 ‘열심히’가 최고의 덕목으로 알고 있는 부모는 못마땅해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그래도 선수가 열심히는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도로 레이저 같은 눈빛을 내게 쏘아댄다.

눈에 보이는 연습량으로만 해결하려는 선수의 태도는 머지않아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골프 입문 후 연습만 열심히 한다면 실력이 늘고, 프로 자격도 받을 수 있다. 약간의 그 성과는 방법을 바꾸지 못하게 만드는 함정이 될 수 있다. 고작 프로 자격을 받는 것이 목표였다면 무작정 열심히만 시키면 된다. 고작 정회원 자격을 받고, 1부 시드를 받는 것이 목표였다면 시도 때도 없이 열심히만 강조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 경험에 의하면 무작정 ‘열심히’만 해서 최고로 갈 수 있는 수준은 1부 시드를 받는 정도이다. 그리고 2부와 1부를 오가며 돈만 축낸다. 대부분 겨우 프로 자격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운이 안 좋으면 이마저도 힘들다. 마음은 물론 상처투성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골프 선수를 만들고자 한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를 만들고자 한다면 눈에 보이는 ‘열심히’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진짜 최고를 만들고 싶은 부모라면 선수가 정말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도록 도와야 하며, 골프에 푹 빠질 만큼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도와야 하며, 실수가 나와도, 실패를 했어도 자책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마음을 가진 선수는 연습이든 시합이든 골프장 가는 길이 즐겁다. 오늘은 어떤 라운드가 펼쳐질지, 오늘은 나의 능력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오늘은 얼마나 좋은 게임을 할 수 있을지, 오늘은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선수는 언제나 설레는 마음이다. 긍정적인 긴장감과 함께 골프는 늘 새롭다. 하루하루 ‘고차원적 즐김’에 푹 빠져 있는 나의 선수들은 시합이 늘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미국의 유명한 스포츠 심리학자 밥 로텔라 박사는 선수들에게 현명한 노력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연습량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스윙에 있는 것도 아니며, 골프를 진정으로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멘탈적인 노력에 있다고 말한다. 또한 현명하게 노력하는 선수의 모습은 때로는 남들이 보았을 때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연습에 목을 매지 않고, 연습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는 정기적인 휴식과 취미와 같은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선수의 모습이 그렇게 노력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신감을 잃은 선수는 자칫 부정적인 목표를 가지고 연습하기 쉽다. 그것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연습, 미스 샷을 대비하기 위한 연습, 그저 완벽한 스윙을 만들기 위한 연습이다. 이러한 선수들은 공이 잘 맞지 않으면 연습을 끝내지 못한다. 연습을 하고 있지 않는 순간에도 골프 걱정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취미 생활이나 친구들과 놀 때도 ‘내가 지금 이래도 되나’라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을 열심히 하는 태도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저 자신감 없는 태도일 뿐이다.

이러한 마음 상태에서 하는 집착스런 연습은 차라리 안 하는 것이 이롭다. 왜냐하면 하면 할수록 몸과 마음은 지치고 불안증만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프에 필요한 감은 점점 멀어진다. 무작정 열심히만 강조하다가는 이와 같은 부정적인 목표를 가진 연습이 되면서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나와 코칭이 잘 진행되는 선수들은 서서히 부모 눈치를 보는 연습에서 벗어난다. 하고 싶은 연습을 하기 때문에 연습이 지루하지 않고 골프가 재미있어진다. 또한 불필요한 체력소모를 하지 않고 필요한 연습을 하기 때문에 훈련의 효율이 높아진다. 쉴 때 쉬고, 할 때 하는 마음이 되면서 집중력이 높아진다. 골프와 생활의 균형감을 찾으면서 삶의 만족감이 높아진다. 연습량은 전보다 줄었지만 자신감이 생기고 성적이 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맛보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과정에 진입한 선수와 부모는 이구동성으로 ‘신기하다’는 말을 한다. 연습량이 줄고, 놀 것 다 놀고 하는데 성적도 오르고 우승도 하니 신기할 만도 하다. 그리고 선수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는 안도하며 ‘이것이 골프의 올바른 길이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내게 감사하다는 말은 연발하며 나를 진작 만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골프 선수에게 부모의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다. 부모의 가치관은 선수의 멘탈을 좌지우지 한다. 내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는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선수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부모는 지혜롭고 현명해야 한다. 무작정 부모 자신의 주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선수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골프에 자신감도 없고, 긴장감이 크고, 시합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 선수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제발 열심히만 강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골프전문 멘탈코치 이종철프로 ‘이종철프로의 골프심리학’ 블로그 가입

이종철 프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소속 프로, 한국체대 졸업. 前)한국체대 골프부 코치. 한때 심리적인 문제로 골프와 삶을 어려워했으나 이는 골프 심리에 관한 남다른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강연을 다니고 있다. 현재는 멘탈 코치로 활동하며, 일반 골퍼를 위한 주말레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종철 프로  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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