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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 詩수다 30회] 쉼표를 찍어 주는 여행

기사승인 2017.05.22  07: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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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내 심장의 색깔은 블루(blue)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가끔씩 내 심장을 푸르게 물들여주는 바다에 가고 싶을 때 있다.

비취빛 푸른 물빛과 7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동해안의 절경 그 느낌 그 풍경은 여느 나라 바닷가보다 일품이니 유혹 당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유혹도 여의치 않아 그냥 지나쳐야 할 때 나는 신발을 산다.

후에 보면 신발장 어딘가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색깔을 가진 신발이 '짠' 하고 나타나 나를 당황시키기도 하는데, 그건 정말 '오, 마이 갓'이다.

“너 벌써부터 그럼 어떡하니?”

“늙어서 치매 올까 걱정 된다.”

벌써 치매 걱정을 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싶어 나도 한마디 한다.

“깜빡깜빡하는 치매 증상이 어찌 신발뿐이겠니? 일상에서도 순간 늘 그러는 걸.”

생각하면 서글퍼지는 일이지만, 늙어서도 치매만큼은 '절대사절'이다.

비슷한 신발을 새로 또 샀으니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자, 여행 떠나자. 한 번씩 내 심장의 색깔을 쫄깃하게 물들여 주는 푸른 빛 동해여! 늦게 찾아서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신발, 고맙다 푸른 심장, 고맙다 바다. 그리고 쉼표를 찍어주는 여행이여.

너에게서 쉬고 싶다

모래알이 바다의 깊이를 세는 동안
기억의 창살 너머
노을 진 청춘이 발갛게 솟아오른다
먼데 바람 사이로 생명의 춤사위 비릿한데
아직 오지 않은 답장처럼
차례차례 무너지는 하얀 올가즘

목선(木船)이 망가진 가슴을 열어
길고 긴 밀담을 시작하는 영시
산다는 건 기다림이라고
가끔씩 들려오는 물살의 말은
아무도 들을 수 없어 참 다행이었다

짧은 눈물로 선을 긋던 그 깊이에서
돌아오지 않는 오늘은 모두 끝났으니
아직도 복받친 설움에 우는 바다여
늦게 찾아서 미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에게서 쉬고 싶다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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