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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28회] ‘세한도’와 ‘평안감사향연도’

기사승인 2021.03.25  08: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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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성대는 옛 봄날의 기억으로 남으려나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다.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불 때 보려던 전시회를 코로나19로 휴관 중이라 봄날에서야 찾아갔다. 김정희의 ‘세한도’와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를 만났다. 전시제목도 ‘한겨울 지나 봄 오듯’과 ‘평안, 어느 봄날의 기억’이다.

좋아하는 소나무와 숨결을 나누며 건강해진 나에게 ‘세한도’는 각별하다. 쩍쩍 갈라진 껍질은 천년을 견뎌낸 거북등 같고, 쭉쭉 뻗은 몸은 제주의 해송(곰솔) 바로 그 장쾌한 모습이다. 바닷바람에도 구부러짐 없이 솟아오른 기상이 꼿꼿하다.

세한도는 50대의 귀양살이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의 표현으로 푸른 해송을 통해 유배지에서 ‘인생 완성’을 추구한 문인화이다. 제자 이상적은 세한도를 들고 청나라에 간다. 청나라 학자들의 감상평과 우리나라 문인 4명의 감상문 두루마리 길이가 자그마치 1,469.5cm. ‘완당세한도’ 국보 180호로 등재되어 있다.

천만 권의 책을 읽어야 그림이 된다는 김정희의 마음을 되새기며 돌아서니 대동문이 나온다. 평안감사의 부임행차로 학무에 검무, 사자춤으로 동원 뜰은 잔치판이다. 갓 쓴 선비들의 뒷모습이 가득한 담장 너머에 모습도 진풍경이다.

연광정에 오른 평안감사에게 보내는 부벽루 연회와 달밤의 대동강 뱃놀이는 나라와 백성의 태평성대를 그린 것이다. 베풀고 그 즐거움을 나누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 가득한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이다.

김홍도의 그림엔 같은 인물이 없다. 그 많은 저잣거리며 동원에도, 나란히 앉은 기녀도 같은 얼굴, 모양새가 없이 다채롭다. 그림 한 장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풍성하다. 살기 좋은 평안도를 홍보하는 효과로는 으뜸이다.

전시회장에서 나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의 봄을 바라본다. 서울과 부산시장의 보궐선거가 코앞이지만, 과연 태평성대의 여민동락을 나눌 감찰사를 맞이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새삼 가다듬은 마음으로 잔칫상을 마련해야겠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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