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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31회] 상춘야흥(嘗春野興)

기사승인 2021.04.15  00: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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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의 풍류 속 삶의 여유가 지혜롭다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진달래가 피는 양력 4월 초쯤, 삼월삼짇날 전후로 봄나들이에 꽃전을 부쳐 먹는 풍속이 있다. 고관들은 기생을 불러 봄놀이를 즐겼다.

신윤복의 그림 속에 야외에서 봄 경치를 즐긴다는 상춘야흥(嘗春野興)이 있다. 그림 속엔 진달래가 피고 복사꽃처럼 고운 볼을 한 기녀들의 화사함이 어지럽다. 도화색이란 여성적 매력이 충만하여 복사꽃처럼 볼그스름한 색이 돈다고 하여 이른 말이다.

“가로수의 벚꽃이며 개나리, 목련꽃이랑 저리도 많이 피었는데 따로 꽃놀이 간다는 게 이상해요.” 백화점 가는 길에 핀 꽃들을 보며 며늘아기가 하는 말이다. “글쎄다?” “봄이면 벚꽃놀이다, 가을엔 단풍놀이 다 그 사람 많고 교통 혼잡한데 왜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꽃놀이라도 가야 하루 쉬면서 허리를 펴기 때문일 게다.”

“산나물 뜯으러 수안보 갈까?” “아는 사람 있는 거야? 그럼 좋지. 그게 사는 재미지.” 버스 안에서 앞뒤로 앉은 나이 지긋한 중년 부인의 대화이다. “봄나물 뜯어다 데쳐서 냉동실 넣어놓고 한여름 꽁보리밥 해서 강된장에 비벼먹으면 최고지.”

집에 들어앉아 뭐 하는가. 들판 돌아다니며 산나물 뜯으며 봄맞이놀이도 하는 거지. 손 놀리면 뭐 하나. 하나라도 거둬서 챙겨 먹어야지. 요즘 것들 나물 뜯는 거 싫어하니 데쳐서 한 주먹씩 팔아도 되고.

시대가 말해준다. 봄날 성지 순례 길에 쑥이며 나물 뜯느라 정신없었던 할머니들. 성지순례도 하고 나물도 뜯어 더없이 좋았다고 감탄한다.

꽃구경 길에 나물 뜯고, 단풍철에 거둔 곡식 사고, 겨울온천으로 묵은 한 해를 벗겨내는 선조들의 삶이 지혜롭다. 선조들은 그냥 뒷짐 지고 꽃구경 가는 걸 좋아한다. 농사로 굽은 허리를 펴고 종종걸음 아닌 느긋한 팔자걸음으로 훠이훠이 다닌다.

요즘엔 여행이 역동적이라 놀이기구도 짜릿하니 익스트림이라나. 겁이 나서 탈 수가 없다. 위험을 즐기는 체험을 목적으로 여행한다. 롤러코스터니 자유 드롭 같은 격한 놀이에 반응한다. 번지점프를 하고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의 새가 된다.

그것이 그들의 여행이라면 우리에겐 꽃놀이, 단풍놀이야말로 유유자적 힐링하는 참모습이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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