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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의 마음밭 꽃씨 하나 6회] 사람의 마음씨 안에는 모든 것이 가득해

기사승인 2022.06.14  11: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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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나에게 어린 나무란다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오백년 사려는데 웬 성화요“

내 아버지의 노랫가락이다. 아버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평생을 이 노래 한 곡만을 부르셨다. 막걸리 한잔을 드신 날에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마치 아리아 같았다.

밥보다 막걸리를 더 좋아하시는 쉰 살의 아버지와 술을 싫어하시는 마흔의 어머니는 그날 밤 어떤 이유에서인지 막걸리를 진하게 나누어 드셨고 열 달이 지난 후 봄은 왈츠처럼 피어났고 쉰둥이의 내가 태어났다. 부모님의 사랑은 절대적이었고 야단 한번 맞지 않은 채 나는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오빠가 학교에 다니는 걸 보니 재미있어 보여서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일곱 살에 학교에 들어갔으나 오빠에게서 보던 학교와 내가 마주 앉은 학교는 너무 달랐다.

공부는 재미없었고 매일 아침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고 2학년의 봄은 나를 심하게도 흔들고 있었다.

산길을 한 시간 넘게 걸어야 학교가 나오는데 8살이었던 아이에게 시작된 봄은 온 천지가 연둣빛 물결이었다.

나무들 사이 삐죽이 입술을 내미는 작고 여린 잎들을 보며 종일 놀다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동산에서 집으로, 집에서 동산으로 오고 가며 삼일을 신나게도 놀았다.

학교는 결석한 채 이튿날부터는 도시락을 까먹는 여유마저 생겼고 혼자서 신나게 잘도 놀았는데 담임선생님의 연락으로 부모님에게 무단결석이 알려지게 되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다른 날보다 더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삼일이나 무단으로 학교에를 오지를 않았다고 하는데 어찌 된 이유인지 말해달라는 것이다.

학교공부는 재미없는데 여리게 피어나는 나뭇잎이 예뻐서 나무와 노느라고 학교 가는 일을 까먹고 그랬다는 고백을 솔직하게 했다.

잠잠히 듣고 있던 엄마는 나를 꼭 안아주시었다.

”그랬구나. 우리 정인이가 나무를 좋아하는구나. 여린나무에서 나오는 이쁜 싹을 엄마도 좋아한단다. 이쁜 것은 이쁜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이쁨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다.

''그런데 아가야, 너도 나에게 어린 나무란다.“

나는 성장하면서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기억이 없다. 늘 아낌없는 칭찬만 하셨는데 그 시절 배움이라고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해 자음과 모음도 모르던  엄마가 사용하던 언어의 온도는 따뜻했다..

살면서 가끔은 엄마를 흉내내 보기도 하는데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쉰이 넘어 직업을 바꾼 나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소통 관련된 일을 한다. 사람이 보여주는 언어를 잘 들어주는 것과, 그가 펄렁이며 움직이는 마음을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을 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씨 안에는 모든 것이 가득하니 말이다.

시인 이정인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7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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