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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30화] 짠돌이 남편의 주머니

기사승인 2017.05.24  06: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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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인데 간짜장 시킬 걸 그랬나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한 쌍의 남녀 중 남자를 가리키는 말 남편. 아내와 남편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며 가계는 남자 중심이고 가정에 주축도 남자, 즉 남편이란다.

“남편이 옷도 잘 안 갈아입어 시큼 텁텁한 냄새가 싫었어. 그런데 저번 날 밖에서 서러운 일을 당하고 돌아왔는데 남편이 꼬옥 안아 주잖아. 맨날 옷 갈아입어요, 씻으라 하던 그 냄새가 어느 순간 편안하게 느껴지더라.”

그 자리에 있어 주어 고마운 거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길들여지듯이 우린 언제부턴가 서로에게 편안한 사람이 된 것이다.

“남편과 다투고 엥 토라져 설거지를 덜그럭거리면서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남자가 오른손으로 오른쪽 엉덩이를 쓰윽 만지며 지나가는 거야. 처음엔 이 인간이 하며 눈을 흘겼지. 하니까 이번엔 반대편 엉덩이를 툭 치고 가는데, 꼴 보기 싫으면서도 은근히 기분 좋아 지는 거 있지.”

아직도 좋은 거네. 그래서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라 했던가. 아웅다웅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든다고 하잖은가.

“그런 소리 마라, 외식이라고 모르는 남편이 생일이라고 짠돌이 주머니를 연단다. 그래 따라갔더니 중국집에 들어가 짜장면 두 그릇 시키는 거야. 마땅찮은 얼굴을 하니까 한다는 소리가 생일인데 간짜장 시킬 걸 그랬나, 하니 나는 어째야 하니?”

부부가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고 있으면 칼날 폭만큼의 침대에서도 잠잘 수 있지만 서로 반목하기 시작하면 십 미터나 폭이 넓은 침대로도 너무 좁다고 탈무드에서 말한다.

“나는 어쩌고, 이 인간이 내가 차린 밥상이 얼만데, 아직도 바깥 음식이 더 맛나단다. 내가 요리하면 옆에 서서 조미료만 찾아 넣으라하고 유기농은 꿈도 못 꾼다. 음식 맛도 모르면서 음식 탓하는 거 보면 속이 터진다.”

살아온 세월이 아까워서 참아준다. 다 큰 자식 보기 민망하니 그냥 넘어간다. 아니 아이들이 나서 엄마 편들어주니 그나마 사는 거지.

간짜장이라도 찾아 먹을 걸 그랬나?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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