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골프 심리학] 골프에서의 자신감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출발

▲ 브로슈어를 받는 샤먼, 브로슈어를 주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상대의 모습을 보았고 자신이 불필요하게 겁먹을 필요가 없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마주하는 자신감’을 깨달았다.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골프에서 필요한 자신감은 일상생활에서의 자심감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자신감의 근원인 자아상(self-image)은, 즉 스스로를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샤만(Syaman, 가명)은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 같이 근무하고 있는 나의 보조코치이면서 나에게 심리코칭을 받고 있는 현지 투어프로이다. 그는 10년 동안 선수생활을 해왔고, 프로무대에 진입한지는 3년차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탑10 안에 한 번도 올라본 적이 없는 무명선수이다. 아직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나는 그에게 생활에서의 자신감을 강조하곤 했다. 어느 날 샤만은 나와 함께 국제학교 박람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박람회는 많은 국제학교들이 각자 자신의 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학부모들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홍보 브로슈어를 나누어 주었다.

나는 샤만에게 ‘우리학교의 브로슈어를 만드는데 참고자료로 쓰자’는 말과 함께, 다른 학교의 브로슈어를 모두 받아오라는 임무를 주었다. 사실 샤만의 자신감을 시험해보기 위한 나의 계략이었다. 하지만 나의 미션을 받은 샤만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왜 할 수 없냐’는 질문에, 샤만은 “나는 학교에 대한 지식도 없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서양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겁이 난다”고 답했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샤만은 사실 영어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다만 샤만의 잠재의식에서는 자신의 결점에만 집중되어 있었고 불필요한 두려움 속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설득했다. ‘그냥 가서 달라고 하면 줄 것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쉬운 일이다’ 하지만 샤만은 멈칫 하면서, 결국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그에게 보란 듯이 내가 직접 모든 부스에 가서 브로슈어를 하나씩 받아왔다. 나는 사실 영어에 미숙했다. 나의 모습을 본 샤만은 그저 웃고 말았다.

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해줄 수 있는 찬스라고 생각하고 샤만의 도전을 다시 설득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해주었다. ‘브로슈어를 달라고 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라. 그들은 브로슈어를 주기 위해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을 찾아온 사람의 요구에 무엇이든 들어주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너 자신을 프로골퍼라고 소개하고, 골프를 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골프이야기만 하고 와라’

마침내 샤만은 용기를 내어 세 곳의 부스를 다녀왔다. 그리고 나와 마주 앉았다. 샤만은 신이 난 듯 나에게 말하였다. ‘그들이 정말 나에게 브로슈어를 주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내가 불필요하게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샤만은 'rush'(급속히 움직이다)라는 단어를 쓰면서 나에게 말해 주었다.

사실 샤만에게 준 미션은 초등학생한테 시켜도 될 아주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그의 행동을 제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못한 자아상 때문이었다. 나는 다시 샤만에게 말해주었다. ‘너는 프로골퍼이다. 누구도 쉽게 이룰 수 없는 한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러니 그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라.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는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마주하라. 그런 자부심은 머지않아 너의 자신감 있는 게임으로 연결될 것이다’

샤만은 오늘, 두려움에 찬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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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프로
한국체대 학사, 석사, 박사수료(스포츠교육학)
現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UUMISM 골프심리코치
現 ‘필드의 신화’ 마헤스골프 소속프로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前 한국체대 골프부 코치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의상협찬-마헤스골프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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