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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골프심리학] 입스의 또 다른 경험...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기사승인 2019.03.28  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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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만큼 큰 상처 ‘초조와 불안감’....미스샷 원인 돼지만 극복해야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어둠이 내려앉은 한적한 도로였다. 옆으로 줄지은 건물들이 보였고, 중앙분리대도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순간 무언가를 집어 올리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손을 내려뻗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나는 무언가 둔탁하게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고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그것은 매우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1초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차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날 수 있는지 벼락같이 추측해보았다. 혹시라도 그것만은 아니길 바랐다. 잠시 멈칫했다.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나갔다. 10m 남짓, 저만치 검은 물체가 보였다. 사람인 것 같았다. 그렇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사람을 친 것이다.

나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돼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사람을 치었고, 빨리 병원으로 보내야겠다’는 다급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닥칠 모든 일들을 받아들여야 할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휘몰아쳤다. 나는 정말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술렁이고 있었다. 여기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겠고, 손이 떨려 119마저 제대로 눌러지지가 않았다. 마침 인도에서 지나가던 누군가가 나타났다. 자신이 구급차를 부를테니 사람에게 가보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초조한 마음으로 그저 서 있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몇 분이 지나고서야 구급차가 도착했다. 그날은 골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프로테스트 예선 첫날을 통과한 날이었다. 12번 도전 만에 처음이었으니, 나에겐 무척 기쁜 날이었다. 연습과 저녁식사를 마친 후 숙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내일 2라운드를 준비해야했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나는 경찰서로 이동했다. 경찰서에 도착하니 진술서를 써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간곡히 부탁했다. ‘내일 나에겐 중요한 골프시합이 있다. 그러니 진술서는 내일 시합이 끝나고 와서 쓰게 해달라’ 했다. 나는 다급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때 시각이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나는 내일 새벽 티오프를 해야 했다.

다행히 경찰관이 부탁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숙소에 도착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부모님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도저히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고차량은 새로 산지 한 달밖에 안 되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닥쳤는지...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서야 숙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어둠이 짙었다. 나는 차에 올라타 도로로 나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엑셀레이터가 밟히지가 않는다. 내 발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가 않는 것이다. 나는 순간 어제 그 찰나의 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갑작스런 무언가의 공포감이 몸을 감쌌다. 나는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차를 옆으로 세워야만 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고서 다시 운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엑셀레이터를 밟을 수가 없었다. 시합장까지 시속 3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초조한 마음과 함께 간신히 골프장에 도착했다. 복잡한 생각과 두려움에 휩싸인 나는 시합이 잘 될 리가 없었다. 나는 경기를 완주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골프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성과를 낸 시합이었지만, 하느님, 부처님도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나는 내 몸을 의지대로 가눌 수가 없었던 것 같았다. 또 다시 일어날지 모를 사고에 대한 공포, 나에게 닥칠 일들에 대한 두려움, 믿을 수 없는 눈앞의 현실, 매우 좋지 않은 그 싸늘한 느낌이 나의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차를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힘이 써지지 않는 나의 발과 다리, 나는 결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한 동안 온갖 걱정과 초조함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이런 것이었던가.

골프선수도 코스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겪을 수 있다. 기대가 큰 시합이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골프선수는 미처 생각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샷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이 실수가 자신의 꿈을 날려 보내기라도 했다면 이는 큰 아픔이 아닐 수 없다. 골프선수에게 충격적인 사건인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기대한 만큼 상처도 크게 마련이다. 그 충격은 머릿속에서 좀처럼 떠나지가 않는다.

선수는 본능적으로 그러한 상처를 또 다시 겪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쓴다. 선수는 초조함을 느끼고 불안감을 갖는다. 미스 샷을 경계하는 마음이 극도로 치닫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수의 이러한 태도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미스 샷을 연거푸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한 동안 온갖 걱정과 초조함으로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가 없다. 필드위에서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리는 이것을 입스(Yips)라고 부른다.

[이종철의 골프멘탈] 골프도 인생도 마음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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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프로
한국체대 학사, 석사, 박사수료(스포츠교육학)
現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UUMISM 골프심리코치
現 ‘필드의 신화’ 마헤스골프 소속프로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前 한국체대 골프부 코치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의상협찬-마헤스골프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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