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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20회] 주고받는 마음자리 헤아리기

기사승인 2021.01.28  0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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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도 듬뿍, 마음도 꾹꾹 눌러 선물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하늘이 쾌청하다.
오랜만에 걷기운동에 나섰다. 대기도 맑아 쌓인 낙엽조차 빛이 난다. 걸으며 어떤 생일선물을 받게 될까, 궁금했었는데 올해는 물어보지도 않고 다 저녁에 현금봉투로 축하한다. 며늘애 생일에 던져준 생일 현금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씁쓸함을 감추며 고맙다고 서둘러 말한다.

5년 넘게 신은 기능성 운동화가 낡아 제 기능을 못한다. 벼르던 참인데, 허긴 그 돈으로 사면 상관은 없다. 한번쯤 물어봐주길 기다렸고, 내심 기대했던 터라 섭섭한 것이다.

선물이란 받는 이에게 유용하며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하긴 해마다 오는 생일마다 어찌 의미를 부여 하겠는가. 편리한 대로 사는 거지. 몇 번 물었을 때 필요한 거 없다 했더니 이젠 아예 묻지도 않는다. 뉘를 탓하겠는가. 받은 돈으로 사면 그만인데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걸 어쩌겠나. 누구처럼 당당하게 미리 선 주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감성의 낭비라 여기는 이 마음 알아주길 바라는 심정은 버릴 수 없는 카드이다.

쓸모없는 것을 선물로 받아 난감한 경우도 많다. 원하지 않는 음식이나 옷이나 가방도 개인의 취향이 곧 선물하는 사람의 취향이라면 불편해진다. 센스 있게 구입한 영수증을 동봉하여 ‘마음에 안 들면 바꿔도 돼’ 라고 해주면 금상첨화이다.

현금을 선물로 주면 뭘 준비해야 할지 고민 안 해도 되고, 받는 입장에서는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어서 너도나도 편하게 선호하게 된다. 현금이 좋다고 노래하면서도 실제로 돈을 주면 성의 없다고 타박한다.

선물을 고를 때 상대방이 무엇을 원할까, 고민하는 건 하나의 괴로움이다. 아니 그 과정의 마음 씀이 실물보다 더 큰 여운으로 남을 수도 있다. 준비하는 동안 상대방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상황을 만들어보는 행복은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귀한 선물을 준비하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면 실물 선물보다 더 큰 최상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선물 받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준비하고, 포장하고, 손 편지 하나 올려서 서프라이즈!
에구 아서라! 살기 바쁘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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