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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의 마음밭 꽃씨 하나 15회] 폭염 속 엇갈린 약속

기사승인 2022.08.16  09: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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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보면 풀리는 것을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냉방을 잔뜩 해놓은 차안, 계기판 온도가 37도를 넘어서는 오후 업무미팅을 위해 부평역 2번 출구에서 4시 30분에 사람을 태우기로 했다. 바로 마실 수 있는 얼음물을 준비해 10분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10분이 지나도록 오지를 않는다. 전화를 했더니 차도 있는 사람이 더운 날 사람을 땡볕에서 기다리게 하면 못쓴다면서 냉큼 달려오라고 한다.

나는 이미 10분 전부터 2번 출구 앞에 있다는 말을 하고는 혹시나 다시 보아도 분명 2번 출구 앞인데 도착해 있다는 그는 보이지 않는다.

앞에 할매순대국이 있다면서 할매순대국 앞으로 오라고 해서 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할매순대국이 보인다. 그러나 그는 보이지 않았다. 할매순대국 말고 또 뭐가 보이냐고 물으니  주차장이 보인다고 한다. ''나도 주차장 앞인데...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뜨거운 오후는 기울어져 가는데 그는 다시 옆에 부동산이 보인다며 부동산 전화번호를 내비게이션으로 찍어보라고 한다. 동일한 공간인 것 같은데 1.3킬로가 나오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지만, 차를 이동해 5분이 걸려 도착한 곳은 조금 전 출발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원점으로 돌아오니 스멀스멀 화가 올라오고 2번 출구라면서 왜 보이지 않는 것인지, 동일한 구간을 다섯 번씩 돌아도 그는 보이지 않고 폭염이 주는 불편함은 거세게 증폭되어 짜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니지, 지금 더 불편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지열과 함께 서 있는 상대방인데...'' 생각하니 스멀스멀 올라오던 화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스러져 버린다.

우리 생각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화'라는 허상의 그림자를 만들어놓는다. 원하는 마음을 알아줄 때 마음은 생각을 안아줄 수 있는 평정심으로 커진다. 마음은 나의 생각이 만들어 놓은 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데 내가 나의 마음을 알아줄 때, '화'라고 생각했던 허상의 그림자는 없었던 것으로 돌아간다.

다시 전화를 걸어 주변을 찍어달라고 했더니 보내온 사진 속 2번 출구는 내가 서 있는 2번 출구와 너무 다른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부평역은 1호선 2번 출구와, 인천지하철 2번 출구가 각각 다르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땡볕에서 당황해하고 있을 상대에게 미안해지면서 무조건 내 생각만이 정확하다고 믿고 있던 오류에서 빠져나왔다.

온통 땀범벅이 되어 있는 그는 할매순대국 간판아래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에이 할매순대국은 왜 이렇게 많은거야'' 애꿎은 할매순대국에게 소리를 지르는데 그가 한마디 한다.

“아따 만났으면 되었제. 숨바꼭질 하다 만나니 더 반갑구먼유.''
배도 고픈데 이열치열하는 의미로다가 할매순대국이나 한 그릇씩 하십시다.”

시인 이정인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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