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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 詩수다 31회] 삶에는 가격표가 없다 

기사승인 2017.05.29  07: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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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밖에 아름다운 길 하나 내고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햇볕 쨍한, 푸른 하늘을 본지가 언제인지 모른다. 

올 봄은 유난히 짙은 황사가 연일 지속되니 말이다. 하지만 가끔씩 내려주는 비의 양이 많지는 않아도 해갈이 되어주니 고마운 일이다. 그 사이 화려한 초봄의 꽃잎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오월의 꽃들은 향기가 짙다. 역시 오월은 여왕다워 보인다.

“나는 계절 중에 봄이 제일 좋아, 너는?” 커피를 마시던 친구가 묻는다. 

“난 가을이 좋아.”

“가을도 좋지만, 난 봄이 최고야.”

“그렇구나. 봄도 좋지만, 난 가을이 더 좋아. 그래서 가을 시가 많거든.”

계절마다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움이 있듯이, 삶에도 가격표가 없는 것 같다. 소중하게 피어날 자기만의 계절을 살면서 한번은 꽃을 피우는 시기가  찾아오니까 말이다.

봄이든 가을이든 사람에게도 꽃처럼 피어나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커다란 희망으로  미래의 꿈을 꾸는 것이 아니겠는가.

황사처럼 뿌연 절망 속에 있을지라도 향기 짙은 꽃들처럼, 창밖의 아름다운 길을 바라보며 소망을 품는다.

고요한 노을 길 위에서 용서의 가슴으로 만날 자신을 위해.

해질 무렵 

그 즈음 창 밖에 길 하나 내고 걸어가고 싶은 날
백색의 플라타너스 가지를 휘감고 돌아가는
금기의 석양은 얼마나 관능적인가
가벼운 웃음으로도 고독은 완전해지고
어떠한 고백도 용서가 될 것 같은 
그 길에서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

속 마음 한자락 
슬며시 떨어뜨려 놓아도 아무렇지 않고
외로움도 무덤덤해지는 나이 
그 외곽의 모퉁이에서 
뾰족했던 자아도 둥둥 구름속을 떠다니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머리카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해질 무렵 그 즈음은
왜 무엇이든 용서가 되는 것일까
왜 홀씨처럼 가벼워지는 것일까

저물 무렵 우리 삶이 그러하듯 
인생이란 얼마나 알 수 없는 것이냐
삶이란 얼마나 화려하고 섭섭한 것이냐

소리 없이 들썩이던 일상의 흔적도
가만히 숨 고르듯 노을 길을 적시는
창 밖에 길 하나 내고 걸어가고 싶은 날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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